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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문화 이해와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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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19-03-04 17:06 조회 3,46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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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문화 이해와 비즈니스

효성카톨릭대 서어서문과 교수 김 우중 way1228@hanmail.net


차 례

I. 머리말

II. 멕시코 문화 형성 배경과 일반 대책

III. 멕시코인 생활 문화의 일반 특성과 비즈니스 대책

IV. 맺는 말 - 문화 Infra 구축의 중요성

I. 머리말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외국으로부터의 투자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던 멕시코는, 1994년 1월 1일을 기해 그들이 제안했던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이 발효되면서 세계의 주목을 다시 받게 되었고, 때마침 세계화 정책이 대두된 한국에서도 기왕의 제1경제 교류 파트너인 미국과의 협정 조인국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 대상국이 되었다. 특히 그 직전인 1993년에 우리와 함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가입하여 태평양 역내의 하나로 알려지면서 통상이나 투자 측면에서 한국 기업인들에게는 좀 더 적극적인 진출을 모색할 필요가 있는 나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더구나 김원호(1994)가 언급했듯이 멕시코의 경제인과 학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용어 중의 하나가 Cuenca Pacífica(태평양권)이란 말처럼 그들에게 아시아는 이미 과거에 생각했던 '신비한 곳'이 아니라 같은 역내국이면 경쟁국이 있는 그러한 지역이다.

멕시코는 비교적 통상의 역사가 짧은 아시아·태평양 지역과는, 이 지역과의 교역이 날로 급신장하고 있음을 고려하여 대외 관계 다변화 차원에서 장기적인 관계 개선을 목표로 단계적 접근을 시도하게 되었다. 동아시아는 무역 거래량으로 볼 때 미주와 서유럽 다음으로 중요한 교역 지역으로 떠올랐고, 따라서 아태 지역에 진출함으로써 기술, 생산, 수출 기반을 넓히고 새로운 투자를 유치할 기회를 마련하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멕시코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국가는 일본과 한국이다. 특히 한국이 제2의 일본으로 평가된 것처럼 멕시코는 스스로 '제 2의 한국' 이 되겠다고 말한다.

NAFTA의 발효로 미국 시장의 상실이나 외국인 투자 위축 가능성 증가라는 부정적 영향을 받는 아시아 지역은 장기적으로는 북미 경제가 성장함으로써 수출 기회가 확대되는 이점이 있으므로 공통된 대응 방향은 '멕시코행'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기업체들의 현지 지사들은 현지 투자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등에 골몰하면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한국 손님들에게 현지 상황을 보고하기에 바쁜 모습이다.

이러한 분위기와 함께 최근 1년 사이에 한-멕시코 양국 정상이 상호 상대국을 방문하여 실질적 교류 관계 증진책을 도모하는 등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한국의 대기업을 위시해서 중소 협력업체, 소규모 가내 공업 등 자영업자들의 멕시코 진출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으며, 특히 멕시코가 페소화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회복 조짐을 보이자 이러한 현지 투자는 더 큰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 및 해당 부품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직원들의 현지화 교육과 현지인들의 국내 초청 교육 등도 예전에 비해서는 양적, 질적으로 많이 향상된 수준이지만 대체로 단기적 차원에서 기술 훈련, 기능 교육, 단순 어학 교육 등이 행해질 뿐, 우리 업체가 그곳에 확고하게 뿌리내릴 수 있게 하며, 장기적으로 볼 때 더 큰 경제적 실리를 얻을 수 있는 현지화 문화 교육은 상당히 소홀히 하는 경향이다. 대기업체의 경우 수년 전부터 이의 중요성을 감안 일정 기간 현업에 종사하지 않고 현지 지역을 다방면으로 체험하며 연구하도록 하는 지역 전문가 양성 교육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그 결과를 보고서로 만들어 멕시코에 진출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다만 아직도 어학 교육과 문화 교육을 통합 혹은 연계하여 받을 수 있는 사원 교육 자료와 방법은 별로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며, 중소업체의 경우 파견에 앞서 당장 필요한 스페인어의 표현을 2-3개월 배우게 할 뿐, 문화 적응 훈련은 소홀히 하는 경향이다.

이에 본 교육 프로젝트는 이러한 멕시코 진출업체의 현실을 감안하여 이론언어학적인 접근은 배제하고, '문화 속의 언어' 또는 '언어 속의 문화'적 관점에서 현지 파견 직원에게 효율적 언어 & 문화 적응 훈련을 시킬 수 있는 교육 자료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 프로젝트는 또한 1996년도에 필자가 제시한 '중남미 문화 이해 교육 방안'에서 예고한 바 있는, 중남미 각국별 심층 사례 연구의 첫 결과물이며, 아울러 오늘날 사회가 대학에 바라고 있는 산학 협동 프로그램 개발 요구에 부응하여 어문계열 연구소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실험적 성격의 보고서이다. 따라서 본 프로젝트는 일반 학술 논문과는 달리 관찰 보고와 사례 중심으로 구성하였고, 멕시코와 비즈니스를 하는 이들을 위한 교육 자료이므로 사실 설명과 제안 위주로 작성하였다. 본 연구 보고서의 주내용은 1996년 12월-1996년 1월의 본교 교수 해외 단기 파견 기간 중 필자가 행한 현지 관찰 조사 결과임을 아울러 밝힌다.

II. 멕시코 문화 형성 배경과 일반 대책

멕시코는 종종 '32개국으로 구성된 하나의 연합국' 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비록 하나의 국가이지만 31개주와 1개 특별구가 제각각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다는 말이다. 1억 가까운 인구가 동일한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거의 대부분 가톨릭을 종교로 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음악, 무용, 음식, 기질, 풍습 등이 상당히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 나라 안의 지방색 정도를 넘어서서 마치 나라와 나라 간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문화적 고유성을 각 주가(주에 따라서는 주내의 각 지역간 에도) 지니고 있을 정도이다.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여 국가 형태로 지속 되어온 것이 불과 170년 밖에 안 되었으나 이렇게 주마다 다양한 특성을 갖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있는데 대표적 요인으로는 다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문화를 형성하고 개발하는 주체인 '사람'의 다양성이다. 16세기 스페인 정복 이전부터 살아왔던 인디오들은 전체 인구 9천만 대비 점유율도 20% 가까울 정도로 높을 뿐 아니라, 50여개 달하는 다른 어족과 200 개가 넘는 종족으로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게다가 10% 정도 되는 유럽계 백인(식민지 초-중기에는 주로 스페인계이었으며, 이후 프랑스계, 독일계, 아랍계, 유태계 이민이 상대적 소수로 뒤를 이었다)은 숫적으로는 적으나 정치권과 경제권을 장악하고 있으므로 상당한 영향력을 보이고 있으며, 다른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 달리 혼혈인 메스띠소의 인구 점유율이 70%를 상회하기에 혼합된 형태의 다양한 문화를 형성하는데 많은 기여를 해왔다.

멕시코는 사회 계층이 눈에 띄게 나뉘어진 사회이기에 계층간 생활 양식이 다르고, 이들 계층별 분포도가 지역 별로도 상이하게 나타나므로 자연히 생활 문화 또한 다양해질 수 밖에 없었다. 스페인 사람들이 멕시코를 정복한 이후에 수세기에 걸쳐 인디오와 혼혈 메스띠소들은 핍박받은 계층이었으며, 독립 이후에는 멕시코 출신 백인과 혼혈 메스띠소로 구성된 새로운 지배 계급은 여전히 원주민인 인디오에 대한 차별을 하였고, 1910년의 멕시코 혁명 때까지는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인디오들의 생활 여건을 개선해주려는 노력 조차 없었고, 혁명 이후 정부가 출판, 영화, 박물관 등을 통하여 순수 원주민들이 이룩한 과거 문화 업적을 고양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으나 여전히 그들은 하류 계층으로 취급당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인디오 원주민들은 인종적 열등감을 심하게 느끼고 있으며 따라서 그들에게 백인종은 이상형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멕시코에서 사업을 하려는 이들은 이런 인종에 따른 사회 계층의 저변에 있는 심리적 흐름을 잘 읽어야 하는 것이다. 즉, 순수 인디오들은 자기들의 삶을 그냥 운명으로 알고 체념하고, 순종하는 편이고, 메스띠소는 정체성의 고민으로부터 탈피하려는 심리로 상당히 개인적이고 개성을 강하게 드러내보이며, 남자들은 남성다움(machismo)을 유난히 강조하려 한다.

둘째, 멕시코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지리적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 만이 향유하고 있는 문화란 것은 결국 인간이 살고 있는 주변의 지리적 조건과 이에 따른 기후 여건에 의해 의-식-주 등 제반 분야에서 나타나는 생활 양태의 집합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외국에 진출한는 기업가들은 단지 공장 부지 확보, 물류 이동, 노동력 확보, 인건비 절감, 수요량 등 이윤 추구를 위한 양적인 것에 관심을 가질 뿐, 문화 요인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이런 지리적 특성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현지 지리에 대한 지식이나 상식을 얻기 위해서라기보다 인문 지리건 자연 지리건 그 지역민의 문화 의식이나 형태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배경이 되기 때문에 특히 현지인을 고용하고자 하는 기업인들은 이에 대한 최소한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국에서 멕시코의 지리에 대한 상식은 매우 단편적이다. 아마 100년도 훨씬 전에 있었던 국경 분쟁 당시를 배경으로 한 몇몇 미국 서부 영화에 나오는 멕시코 북부 사막성 지대가 대부분 한국인이 갖고 있는 멕시코에 대한 인상일 것이다. 그래서 흔히 멕시코 하면 더운 나라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지만 사실은 남부 밀림 지대, 태평양 및 카리브해 해안 지대 만이 고온다급할 뿐 대부분의 중앙 고원 지대는 연중 상춘의 쾌적한 기후를 보이고 있다. 대체로 멕시코의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인들은 이런 전체적인 지리 문화적 개념에 대한 인식 없이 공장 운영 계획을 세우다 보니 막연한 준비, 현실과 안 맞는 적용을 하게 되고, 이는 결국 인력 운용상 비능률 또는 갈등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멕시코는 남한의 20배가 되는 큰 나라이며 지형, 기후, 문화에 따라 북부 국경 도시 지역, 북동부 지역, 멕시코만 연안, 유까딴 반도, 남부 밀림 지역, 서부 해안 지역, 중앙고원 분지 등 7개 지역으로 나뉜다. 기본적이나마 이런 정도의 지리적 특성을 감안하여 해당 지역 특성에 맞추어 농업, 목촉업, 제조업, 관광업 등 제반 업종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III. 멕시코 문화의 일반 특성과 관련된 비즈니스 대책

미국식 각종 제도와 풍습에 많이 익숙해 있는 한국에서는 멕시코와 같은 소위 서양 국가에 대한 현지 진출 또는 현지인과의 접촉시 흔히 '미국의 것'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미국식'을 아무 여과 없이 적용하려다 현지인 인사 관리 및 노무 관리상 문제를 야기시켜 결국 사업 수익성 제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경우가 많다. 더구나 멕시코 같은 나라는 비록 지리적으로는 미국과 붙어 있으나 멀리 떨어져 있는 유럽의 국가들보다도 더 많은 문화적 반발을 보인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다음의 몇 가지 사례는 현지 파견 사원 교육시 꼭 숙지시켜야 할 사항이다. 어떤 풍습은 오히려 동양식인 우리와 유사하여 이런 점을 잘 고려하면 사업외적인 것으로 사업에 성공할 수 있는 요령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1. 가족 의식과 집단 의식

원주민 문화 의식이 저변에 깔려있는 멕시코 일반인들은 가족 간의 유대가 유별나다. 미국인과 달리 전통적으로 사회 유동성이 적었고, 일가친척들이 모여살던 대가족제의 영향이 많이 남아 있어, 당연히 집단 내에서의 서열을 중요시하여 연장자에 대한 권위를 많이 인정하고 있으며, 그들의 의견이 그 집안에서 더 존중되는 편이며 일가친척의 자문역을 기대하기도 한다. 집안 어른이 늙어도 양로원에 가는 것보다는 자식들과 함께 살기를 원하고 자식들 또한 늙은 부모를 부양하는 것을 의무로 느끼기도 한다. 미국, 독일처럼 자식이 18 세가 넘어도 독립하지 않으며, 적어도 결혼할 때까지는 부모와 함께 살며, 대학도 집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것보다 자기네 고향 주변에 있는 대학에 다니려는 경향이 강하다. 분가한 기혼 자녀들은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웬만하면 부모님이나 친척들과 어울리고자 한다. 이러한 가족 유대 의식 때문에 직장에서도 상사(jefe 또는 director)에 대한 태도가 미국인들의 방식과 달리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대체로 멕시코인들은 한국인보다는 개인적이지만 자기가 속한 집단이나 사회가 정한 룰과 방식에 순응하는 편이며, 그래서 다른 데서 흔히 볼 수 있는 세대 간의 차이에 대한 감각이 덜하다. 한 예로 파티에 할아버지와 손자가 같이 참석할 수 있음은 물론 같이 즐길 수 있는데 그것은 '윗 어른과 맞먹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파티라는 형식에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2. 평등 의식과 구별 의식

멕시코인들은 흔히 identity를 갖지 못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라틴아메리카의 어떤 나라보다도 피정복민인 인디오와 정복자인 백인간의 혼혈인 메스띠소가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데서 기인한다. 지배층인 유럽인을 동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머니였던 인디오의 혈통임을 자랑해야만 하는 데서 오는 심리적 방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mestizo의 나라를 강조하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며, 당연히 피가 어떤 비율로 섞여 있건 정부건 민간 기업이건 인종이나 혈통에 따른 차별이 없는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멕시코에서 한국이나 미국에서처럼 피부색이나 출신지를 가지고 종업원을 업신여기거나 또는 우대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며, 불필요한 일이다. 다만 사회 계층 간의 구별은 엄격히 하여, 예를 들어 전문직에 종사하는 상류 계층과 궂은 일에 종사하는 하류 계층 사이에는 분명한 선이 있으며, 비록 그 계층 간에 일상 생활에서 상호간에 친밀감을 표시하는 언행은 할 수 있을지언정 내면적으로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하며 이 또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웬만한 아파트에는 주인용 출입문과 하녀용 출입문이 반드시 구별되어 있지만 이를 '인권 문제' 운운하며 따지지 않는 사회가 멕시코이다.

현지에 공장을 설치하는 한국 기업인은 그들 하위 종업원에게는 '주인'이다. 예컨대 한국식으로 '종업원과 함께 같은 테이블에 앉아 함께 식사하는 사장님의 인간적 모습'이 사회 계층 의식이 있는 그들에게는 오히려 어색한 일일 수 있으니 친절히는 대해 주되 지나치게 평등감을 보여주려는 것은 때로 노무 관리상 역효과를 볼 수 있다.

3. 친구 의식과 신체 접촉

대체로 멕시코인들의 첫 인상은 open mind한 자세이다. 미국인들과는 달리 느껴지는 따스함이 있다. 그것은 대가족제도의 분위기에서 자라온 탓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혼자 있는 것'에 체질적으로 거부감을 가진다고 할까? 그들은 항상 주위에 함께 웃고 떠들 수 있는 가족, 친척, 친구가 있어야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다고 한다. 따라서 동성 간에 어깨에 손을 얹는다든가, 팔을 잡고 흔든다든가, 포옹을 한다든가 하는 일이 타 서양 사회에서는 동성애자들이나 하는 짓이라 간주되는 반면 멕시코 사회에서는 친밀감의 표현 또는 과잉 제스처로 여겨진다. 오히려 그렇게 안하면 때로는 상대방이 나에게 거리를 두거나 모욕을 한다고 섭섭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는 가까운 사이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외국인인 우리도 이런 풍습을 잘 이해하고, 잘 따라만 해주면 쉽게 그들을 우리 회사의 가족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도 된다. 그래서 이들은 얼굴을 가까이 대고 오래도록 서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버스나 지하철에서 남의 몸에 좀 부딪쳐도 미국 사회에서처럼 큰 '실례' 나 불쾌감을 갖지 않는다. (한 가지, 그렇다고 한국처럼 친한 여자들끼리 손 잡고 길을 다니지는 않는다.)

멕시코에서 친구란 뜻의 amigo는 호칭으로서 영어의 friend에 비할 바 없이 많이 쓰이고 그 함축 의미는 비즈니스 이전에 먼저 인간 관계나 친밀감으로 조성되는 신뢰 구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인들과의 거래 관습과 달리 이들에게는 처음부터 막바로 비즈니스 관계로 들어가지 말고, 우선 amistad으로 표현되는 '사귐'을 먼저 할 것을 권한다. 그들은 이런 종류의 친밀감을 느끼면 그것을 솔직히 상대방에게 표할 뿐 아니라, 한번 호감을 주면 아주 오래도록 그 우정이 지속될 수 있기에 절대로 단기적 이익 추구 때문에 비즈니스를 그르치지 않아야 한다.

4. 사교성

amistad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그들은 의견과 감정을 되도록 많이 교환해야 하기에 말을 상당히 많이 하고 또 즐긴다. 즐거운 분위기를 조성하려니 자연히 목소리도 커진다. 처음 멕시코를 찾는 사람들은 뭔가 어수선하면서 시끄러운 모습을 보고 무질서하고 교양 없다고 단정하기 일쑤인데, 그 내면을 보면 바로 '인간 관계'를 직선적으로 드러내면서 중요시하려는 그들의 심리가 들어있으니 오히려 이들의 이런 '인간다움'을 존중하고 잘 활용하면 여러 가지로 좋고 편하다. 예를 들어, 병원 대기실에서 그들은 다른 환자들과 서로 증세 등을 물어보며 떠든다. 영화관에서 자막을 소리내며 읽어도 옆에서 누가 크게 나무라지 않는다. 한밤중에 아파트에서 트럼펫과 큰 북까지 동원하여 떠들고 파티를 열어도 서로 양해된다. 무언가를 물어보면 못 알아들을까, 이해하지 못할까 걱정이 되어 세 마디, 네 마디 반복해서 열심히 설명해 준다. 이방인이 길을 물으면 하던 일을 멈추고 도와준다. 몰라도 아는 척하고 가르쳐 준다. 잘못 알려줘서 길을 헤메게 하는 미안함보다, 물어보았는데 모른다고 하면 물어본 사람이 얼마나 실망할까 하는 것이 더 안스러워서 그렇게 일단 호의를 베풀고 본다.

사교 모임에 미국인처럼 크게 격식을 안 따진다. 손님 초대도 대부분 개방적이다. 직접 초대를 받지 않았더라도 친구따라 파티에 가도 큰 흉이 안된다. 가까운 친구나 친지 사이에는 느닷없는 방문도 괜찮으며, 어린이도 상호 방문이 자유스럽다.

5. 시간 관념

멕시코인들은 자기들만의 독특한 시간 관념이 있다. Korean time이란 말도 있지만, 우리의 시간 개념하고도 또 틀리다. 더군다나 미국식 비즈니스에 익숙한 사업자들에게 멕시코식 시간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낭패를 보기 쉽다. 우선 그들에게는 지금과 오늘이 중요하지 내일은 다음 일이다. 그래서 그들이 말하는 mañana는 '바로 내일 한다.'라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안되니, 다음에 해보자'는 뜻이다. 내일일 수도 있고 한 달 후일 수도 있다. 지금이 중요하다고 해서 ahorita라는 말을 액면 그대로 '이제 금방'으로 받아들여도 안된다. 그것은 때로는 사안에 따라 mañana보다 더 긴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음을 뜻한다. 그들은 무슨 초대이건 약속이건 지키지 못해도 일단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 역시 약속을 못지켜서 미안한 것보다는 거절이 더 안스럽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업상 시간 약속을 하거나 종업원들의 근무 시간, 또 관공서나 납품업체와의 업무 조정을 할 때 이런 시간 개념을 충분히 감안하고 확실한 다짐 또는 예상보다 더 여유 있는 준비 시간을 확보해두는 것이 안전하다.

6. 호칭 문제

멕시코에서는 사회 계층이 뚜렷이 구별되고 또 그러한 전통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으나, 그 계층에 따른 호칭은 현대에 들어서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다만 한국처럼 국회의원(senador), 시장(alcalde), 신부(padre), 의사(doctor) 등 직업이나 직무와 관련된 호칭은 많이 쓰인다 정식 학위가 없더라도 변호사나 교수처럼 대학 수학 기간이 길었던 직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에게 doctor 란 호칭을 쓰는 것은 흥미롭다. 호칭과 관련하여 멕시코에서 특히 존칭이 되는 것 중의 하나는 우리의 학사(또는 대학에 따라 석사에 해당)에 해당하는 licenciado는 인문사회계 출신들에게는 경우에 따라 doctor보다 더 존경의 의미가 있는 점이다. 명함에는 항상 그것을 명시하며,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층 인사를 소개할 때 이 title을 많이 불러 준다. 따라서 멕시코에 진출하는 한국의 관리직 사원들은 비록 한국에서는 학사, 석사가 별 매력 있는 타이틀이 안되더라도 멕시코에서는 이를 잘 활용하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고, 반대로 그쪽 관리직들이 학부 출신임을 내세우는데 업수이 여기기보다는 존중해 주면 훨씬 원만한 사업을 이끌어낼 수 있다.

7. 대화와 화제

멕시코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이들이 알아야 할 문화 중에 이 항목은 가장 중요시해야 할 일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멕시코인들은 상당히 개방적이고 친분을 중요시하기에 미국식으로 대화의 워밍업이 없이 막바로 사업 이야기로 들어가서는 상담이 성사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멕시코인들은 쉴 새없이 대화를 나눔으로써 친분을 얻거나 유지하려고 한다. 대화를 즐기기에 틈이 나는 대로 대화에 끼려고 하고, 따라서 서로 자기가 할 이야기를 동시에 같이 하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다. 식사 시간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입에 무언가 먹으면서도 열심히 이야기하는데 그것이 큰 실례가 아님은 물론이다. 화제를 꾸준히 이어나가려다 보니 함께 대화를 나누는 멕시코인들 중에는 방금 자기가 했던 말과는 정반대되는 의견을 느닷없이 말하는 이들이 꽤 있다. 이런 현상은 그들이 위선적이거나 말을 쉽게 뒤집는 이중적 기질이 있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대화 상대자에게 편안함을 주면서 호의적으로 접근하여 상대가 불쾌감을 갖지 않게 하려다 보니 생기는 일이다. 내 의견과 다른 의견에 대해 그때 그때 동의해 주려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라 보면 된다. 사적인 관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든 큰 문제가 안되겠으나, 비즈니스 목적의 대화를 나눌 때는 상대방의 표면상 긍정적 답변을 액면 그대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그 이면에 숨은 뜻을 파악하고 재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돈과 직접 관계되는 일인 경우, 정색을 하고 태도가 달라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멕시코인과의 비즈니스 상담전 대화 워밍업을 하는 데는 화제 선택이 상당히 중요하다. 우선 멕시코인들은 미국 사람들 같으면 개인 프라이버시에 관계되는 일이라 물어보기도, 대답하기도 꺼려하는 결혼 여부, 가족 관계, 직업, 월급 같은 것을 아주 쉅게 화제로 삼는데 - 특히 외국인들에게 - 이들의 이런 자세는 무례하거나 사생활 침해라고 보지 말고, 외국인에 대한 호기심의 발로로 이해하여 자연스럽게 응답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앞서 말한 amistad 이 시작되는 것이고, 이는 곧 자연스런 상담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상대방의 신상에 관한 것을 똑같이 물어볼 것이 아니라, 멕시코적인 것에 관한 질문, 예를 들어 멕시코인들의 식생활, 혼인 제도, 가족 제도, 생활 문제, 역사, 원주민 문화, 건축술 같은 것을 물어보면 친밀감을 갖고 열심히 설명해줄 것이다. 축구, 복싱, 레슬링 같은 스포츠는 그들이 아주 좋아하는 주제이고, 여성, 음주 문화, TV, 영화, 대중 음악 등에 대해 어느 정도 스타디를 하여 대화에 임하면 자연스럽게 비즈니스 대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낙천적인 기질이 많은 멕시코인들은 그들끼리 조크나 우스개소리를 많이 함으로, 적어도 5-6개의 농담거리를 가지고 있으면 대화에 큰 윤활유가 된다. 대체로 한국인들이 이런 면에 약하지만, 멕시코인들을 상대하는 사업에서는 아주 중요한 사항이다.

8. 기타 비즈니스에 관련하여 유의할 일

1) 멕시코 여성들은 개방적이고 활달하지만 미국 여성들에 비해 보수적 성윤리관을 갖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현지인 여성 근로자를 함부로 대하다가 집단 반발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

2) 무슨 상황이든 문제 발생시 절대로 큰 소리치거나 욕하지 않아야 한다. 욱박지르듯 빨리 해결하려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소지가 있다.

3) 기복 신앙이 강한 가톨릭교도가 대부분이므로 성직자에게 존경의 예를 다하고, 성직자들을 경멸하는 태도는 피하는 것이 좋다.

4) 식당 종업원, 관공서 직원에게는 말할 것 없고, 데리고 부리는 현지 회사 직원 등에게도 한국식으로 큰 소리로 부르거나 명령조로 대하지 않도록 한다.

5) 관공서나 회사 또는 거래선의 책임자나 직급상 상급자에게는 예의를 차리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6) 때와 장소에 따라 복장에 상당히 의미를 두는 사회이므로 결혼식, 공식 파티 등에는 필히 정장을 한다. 정장에 특히 흰 양말은 피하도록 한다.

7) 경조사에 축의금 또는 조의금은 통용되지 않으니, 아주 간단한 포장 선물이나 행사후 따뜻한 말 한 마디가 더 중요하고 고맙게 여겨지는 사회다.

8) 비즈니스 대화시 깨끗한 외양을 유지하고, 거래선 비서 등에게 정중히 대하는 등 매너를 보여주면 좋다.

9) 상대방의 시간 위반에 대해 불쾌한 표정을 짓지 않도록 하고, 현지인 접촉시 웬만하면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거나 인격적 모멸감을 주는 행위는 피한다.

10) 파티나 회사 모임에서 너무 한국 사람끼리만 모이거나, 상대방 양해도 구하지 않고 한국말을 많이 하거나 하지 말고, 되도록 서툰 스페인어로라도 그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하도록 한다.

IV. 맺는말 - 문화 이해를 위한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

한국의 경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 예컨대 정부의 통상 담당자나 기업의 책임자들은 매사를 경제적 논리나 단기적 무역 수지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지 말고, 거래국의 문화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또 그럴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점을 상대방에게 인식시킬 정도의 관심을 보여야 한다. 자존심 많은 멕시코인들을 우리식으로 소득 수준이나 생활 수준의 우월성을 잣대로 하여 평가하지 말고, 그들의 전통이나 풍습을 우리 문화 유산과 똑같은 정도로 아껴주는 마음을 그들이 확실히 느낄 수 있도록 보여주어야 한다. 김원호(1996)가 지적했듯이 인적 교류 및 문화 교류에 의한 인프라 구축은 대외적 경제 정치적 이해 관계를 증진시키는데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간접적인 방법일 뿐 아니라, 일본과 독일이 시장 개척을 위해 문화 외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 분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펴왔던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에 비해 유럽식 전통이 비교적 많은 멕시코인들의 문화 의식이나 예술 취향은 상당한 수준이므로 그들의 이런 점을 높이 사면서 영향력 있는 문화 분야 전문가(문인, 학자, 예술가 등) 집단의 상호 교류를 질적으로, 양적으로 확대하면서 꾸준히 진행할 필요가 있고 이에 대한 투자가 저비용-고효율의 경제 정책의 우선 순위에 두어져야 한다. 아울러 이런 것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모든 경제, 통상 관련 정부 및 민간 기구나, 기업체에서 꾸준히 진출 해외 지역의 문화 이해 교육을 펴나갈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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