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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우중교수의 중남미 기행 - 그 다섯번째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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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19-03-04 17:09 조회 3,86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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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교수의 중남미 여행 .5] 파티·축제는 인생의 樂

"춤生춤死" 피에스타(파티·축제를 일컫는 말)의 연속
백인에 대한 애증 등 '혼혈 콤플렉스'탈출구役
2월은 카니발의 계절 "신나게 먹고 놀자" 로 변질
인디오- 유럽풍으로 대별…가톨릭·흑인노예 문화 가미

별모양 종이통의 7개 뿔은 탐욕, 시기, 교만, 나태 등의 죄악을 상징한다. 막대기로 그 통을 쳐부수면 안에서 사탕, 장난감 등이 쏟아져 나온다. 이 내용물은 선(善)과 축복을 의미한다. 기원이 확실하지 않은 이 '삐냐따' 풍습은 주로 멕시코 및 미국 남서부 지방에서 아이들 생일이나 12월 성탄절을 전후한 각종 파티에서 행해진다.


중미의 코스타리카에 진출했던 한국업체의 남편을 만나 대구로 시집와서 한국인으로 귀화까지 한 라티나(latina: 중남미 여성들은 스스로를 이렇게 부른다. 통칭은 latino임)가 있다. 한국에서 사는데 제일 어려운 점을 물어보니 음식도 언어도 시댁도 아니고 '적어도 2주일에 한 번은 춤 파티를 즐겨야 하는데 그걸 제대로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한국 생활 초기엔 그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단다. 라티노들은 파티와 축제에서 인생의 낙을 찾는다. 중남미에서는 가정의 작은 파티나 대도시의 큰 축제나 전부 피에스타(fiesta)라고 한다. 라티노들에게 피에스타는 하나의 '얼'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것이 없는 중남미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만큼 도시에서든, 시골에서든 매일 어디에선가 피에스타가 열리고 있다고 보면 된다. 멕시코 한 나라에서 널리 알려진 피에스타만 해도 300개가 넘고 오지의 작은 것까지 포함하면 무수한 파티의 연속이다. 특히 12월엔 매일매일 각종 파티로 지샌다. 우리의 고깃집 망년회 같은 그런 성격의 모임을 파티라는 형식으로 벌인다. 고기가 없어도 좋다. 허름한 테이블에 과자와 사탕 몇 봉지에 음악만 있으면 즐겁다.

우리말의 '휴일'을 스페인어로 번역하면 '피에스타(fiesta)의 날'이 되는데, 그들에겐 휴일도 단순히 쉬는 날이 아닌 '파티와 축제의 날'이 되는 것이다. 몇 년 전에 방언 자료를 구하러 카리브해에 있는 아루바란 작은 섬을 찾아갔다. 도착한 날이 마침 섬 주민 전체가 참가하는 축제 마지막 날이었다. 뙤약볕 아래에서 퍼레이드 질서 유지를 하는 경찰까지 함께 어깨와 엉덩이를 흔들며 그야말로 모두들 혼신의 힘을 다하여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할 수 없이 그 날 일정은 다 취소하고, 다음날 책을 사러 서점을 찾아나섰다. 분명히 어제가 피에스타 마지막 날이라 들었는데 거리는 한산하고 가게는 죄다 닫혀 있었다. 알고보니 어제까지는 3일간 축제로 힘들었으니, 오늘은 공식 휴일이란다.

다음해엔 중남미 유일한 공산국가이자 카리브해에서 제일 큰 섬인 쿠바를 방문했다. 경직된 북한식 공산주의를 연상하며 갔는데 사람들 인상이 영 딴판이다. 김일성 종합대학에 5년간 유학을 갔다와서 한국어가 유창한 쿠바인 부부왈 "북한은 진정한 공산주의가 아니야요!" 비록 가난이 얼굴과 길거리 건물에 배어 있었지만 사람들은 구김살이 없었다. 그 날 마침 수도인 하바나와 제2의 도시인 산티아고 팀의 야구 결승전이 벌어졌는데 해변의 엄청 넓은 광장에 인파가 모여 드럼통에서 퍼주는 생맥주를 들이켜고 연방 엉덩이 춤을 추면서 확성기로 중계 방송을 듣고 있었다. 결과는 하바나 팀의 승리. 모두들 난리다. 이겨서 저리 좋아하나 보다 했더니, 승리 자체도 기쁘지만 이겼기 때문에 하바나 시민들에겐 피에스타가 1주일 더 연장되므로 그것이 더욱 신난다는 것이다. 좀 과하기는 하지만 이런 것이 흔히 말하는 라틴 기질이요, 라틴 피에스타다. 너희들은 왜 이리도 만날 파티 분위기냐고 물으면 그 대답이 가관이다. "우린 구실을 만들어서라도 파티를 즐긴다."

정치적으로는 미국 자치령이지만 문화적으로는 역시 라티노인 푸에르토리코에서 겪은 일이다. 수도인 산후안의 어느 대중식당가 거리 앞 광장에서 미인 선발대회 후 뒤풀이 행사로 주민들의 자발적 즉흥 춤파티가 벌어졌다. 행인들이나 관광객이 머뭇거리니까 미인 대회와는 전혀 관계도 없는 사람좋게 생긴 어느 뚱뚱한 식당 아줌마가 주걱을 한 손에 쥐고 그 거구를 끌고나와서는 무료 식사 쿠폰과 와인 한 병을 경품으로 내걸며 '뭐 하냐? 추자!'면서 가슴, 허리, 히프가 따로 노는 춤으로 분위기를 리드한다. 미인대회를 빙자한 또 다른 종류의 축하 모임이다. 아마 이 세상에 동네 여관도 아닌 초특급

[사진: 아르헨티나의 과일레과이추 카니발. 리오 카니발과 함께 중남미의 대표적인 축제다]

브라질 리오 카니발의 핵심은 삼바 퍼레이드다. 용맹한 전사의 모습을 본뜬 구조물 위에서 삼바여인이 매혹적인 자태로 퍼레이드를 견인하고 있다.

[사진: 중미 엘살바도르 시골마을의 가톨릭 전통축제 성모 마리아의 행렬]

[사진: 리오 카니발. 명실공히 세계적인 관광상품이다. 뒤에 관중석이 보인다]
[사진: 카리브해 아루바섬의 카니발. 트럭 위 악사들의 반주에 맞추어 시민들이 흥겹게 즐긴다]
[사진: 하바나 카니발. 중남미 유일의 공산국가인 쿠바에서도 카니발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호텔 정식 명칭에 '파티나 축제'란 단어를 붙인 데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중남미엔 엄연히 있다. 미국의 '홀리데인 인'호텔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명칭이다.

중남미인들은 절대 다수가 혼혈인들이고 보니 나름대로 콤플렉스가 있다. 서구 문화를 배격하며 백인들을 비판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직계 조상에 대한 모독이 되는 일이요, 잠자코 현실을 덮어두자니 토착 문화를 말살한 백인들의 침략과 약탈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그들에게는 여러 어려운 환경 속에서 괴로운 현실을 잠시나마 잊어버릴 수 있는 탈출구가 매우 필요하였다. 다행스럽게도 가톨릭교회는 연중 많은 행사와 축제를 제공할 수 있었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비종교적인 축제들도 생겨나 그들의 시름을 덜어주면서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였다. 여기에 아프리카 출신 노예들이 열정적 타악기 리듬에 힘입어 힘든 하루 일과의 피로를 풀던 풍습이 보태져서, 누구나 신나게 즐기는 파티나 축제가 사적 모임이나, 마을 단위,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왔다.

이 수많은 피에스타를 대별하면 원주민인 인디오 고유의 것과 중남미 정복 이후 유럽인들이 들여온 것으로 대별할 수 있다. 인디오 고유의 축제는 주로 태양신에 대한 공양 제례나 수확에 대한 감사와 기쁨을 신 앞에서 잔치로 표현한 데서 유래하였고, 후자는 주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로마 가톨릭 신부들이 포교차 신대륙에 와서 원주민의 교육자로서의 역할과 유럽 정복자들의 착취와 박해를 막아주는 보호자 구실도 했는데, 그들은 피에스타를 이용해 종교 연극을 보여주고 십자가 행렬의 광경 등 유익한 볼거리를 제공하여 인디오들의 관심과 호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인디오들은 물론이고 그들의 혼혈인 메스티조나 순수 백인들까지 축제일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각 도시나 마을마다 그 고장을 상징하는 성자(聖者)가 있게 마련이고, 매년 그 성자의 날이 되면 온 마을 규모로 큰 파티가 벌어진다. 개인의 경우 자기 생일보다 이 성자들의 축일을 더 열렬히 기리기도 한다.

지금도 종교적 의미를 가진 이런 류의 축제가 중남미 곳곳에서 성행하는 한편, 날이 갈수록 변질이 되어 그냥 한바탕 크게 즐기는 행사로 치르는 것도 많다. 유아 세례식이나 가톨릭 입교식도 종교 의식이긴 하지만 중남미에선 가족, 친구들이 모이는 사교 모임의 성격도 강하다. 이런 면에서 중남미에서 제일 규모가 큰 축제는 카니발이다. 2월이 되면 특히 카리브해 섬나라나 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행사다. 원래 참회를 위한 고행의 실천으로서 금식을 하는 사순절 시작전에 3일간 하던 행사가 단순히 신나게 먹고 노는 세속적 파티로 변한 것이다. 카니발은 보통 신나는 음악을 연주하는 악사들을 태운 트럭을 따라 화려한 복장의 가장행렬이 마음껏 춤을 추며 퍼레이드를 하고, 주변엔 발디딜 틈이 없이 온 동네 사람들이 나와 구경하는 그런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것이 상업적으로 정형화된 대표적 관광상품인 그 유명한 브라질의 리오 카니발이다. 삼바 축제라는 별칭도 있듯이 이 대회를 위해 수많은 삼바 학원이 생겼고, 스타디움 같은 카니발 대회장도 있다. 노점상을 하며 1년 내내 번 돈을 카니발 3일을 위해 아낌없이 의상 마련하는 데 쓰거나, 국무회의도 올 스톱인 것이 이 카니발의 힘이다. 한국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르헨티나의 구아일레 카니발과 멕시코의 베리크루스 카니발도 이 리오 카니발 못지않게 큰 규모를 자랑하는 축제 행사다. 바로 지금이 중남미 전역이 카니발 분위기로 한껏 달아오르고 있는 시즌이다. 라틴 음악과 댄스와 함께 라티노나 관광객이나 모든 시름을 잊어버리고 행복지수까지 최고도로 높아지는 계절이다.

(대구가톨릭대 국제실무외국어학부 교수)
2009-02-12 08:09:07 입력
http://www.yeongnam.com/yeongnam/html/yeongnamdaily/plan/article.shtml?id=20090212.0102408010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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