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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밀림에서 빙하까지 - 김 우중 교수 아홉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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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19-03-04 17:10 조회 3,31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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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교수의 중남미 여행 .9] 국경의 단상, 밀림에서 빙하까지

200개 물줄기 이과수폭포(브라질-아르헨) '세상 가장 아름다운 국경'
대중교통 저렴하고 잘 발달

다른 나라로 이동할 때 필자는 가능한 육로를 택한다. 육로 여행은 항공편에 비해 힘이 들지만 오지의 비경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여러 부류의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삶의 철학을 잘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남미 대륙은 유럽과는 달리 산지가 많고 인프라가 훨씬 뒤떨어져있기 때문에 육로로 계획한 여정을 마쳤을 때의 그 성취감은 항공편 여정에 비할 바가 아니다. 육로 여행을 통해 맛볼 수 있는 묘미는 국경을 넘어가는 일이다. 국경지대에 들어서면 언제나 묘한 긴장감과 설렘을 불러일으킨다. 무슨 흠이 잡혀서 출국을 못하게 하거나 입국이 거절이 되는 것은 아닌지, 국경 너머 저쪽에 나를 태워줄 교통편은 제대로 있을지 하는 쓸데없는 걱정에 긴장이 되고, 새로 맛볼 음식과 달라질 말투 등을 그리며 마음이 설레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경지대는 양쪽 나라의 사회문화상이 그대로 응축되어 있기에, 정치·경제 사정과 함께 국가간의 역학 관계를 몸으로 배울 수 있는 살아있는 교과서다.

나라간 힘의 불균형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중남미로 가는 첫 관문으로서 멕시코 티후아나와 미국 샌디에이고를 잇는 산이시드로 국경이다. 중남미의 최북단이기도 한 이곳은 양쪽 도시 인구수가 수백만명에 달하는데다, LA도 그리 멀지 않아 멕시코에서 쇼핑과 이국적인 풍물을 즐기려는 관광객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매일 아침엔 미국쪽으로 일하러 가는 멕시코인들의 출근 행렬이 이어지고, 저 한쪽 골목길이나 허름한 여관엔 호시탐탐 미국으로 불법 입국하려는 사람들이 서성거린다. 이러니 멕시코로 넘어갈 땐 모두 무사통과인데 미국쪽으로 갈 땐 입국 심사가 엄격해 길게 줄을 설 수밖에 없다. 러시아워나 주말엔 2시간 이상도 각오해야 한다. 깨끗하고 반듯한 미국쪽과 정반대로 멕시코쪽은 무언가 무질서하다. 슈퍼마켓과 시장의 차이라 할까? 노점과 호객꾼이 들끓는다. 좀 지저분하지만 사람 내음은 난다. "예전에 저 국경 넘어 캘리포니아는 다 자기네 땅이었는데 미국한테 빼앗겼다"는 택시기사의 푸념을 들어주는 것으로 위로를 해줄 뿐이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길목과 같이 남미에서 중미로, 또 중미에서 멕시코로 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 소위 말하는 북향 루트가 대개 그렇다. 왜냐하면 남미에서 재배, 생산된 코카인같은 마약이 이 루트를 통해 최대 마약 소비시장인 미국으로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과 3천㎞가 넘게 국경을 이루고 있는 멕시코는 언어나 문화적으로 이질감을 덜 느끼고, 불법 월경도 해상 루트보다 덜 어려우므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중남미 서민층에겐 베이스 캠프로 제격이다. 상대적으로 멕시코에서 남쪽 중미로 향하는 루트는 여러 모로 느슨하고 수월하다. 미국과 멕시코의 차이 만큼이나, 멕시코와 여타 중미 국가들과의 차이도 커서 '불균형'은 여기서도 느낄 수 있다. 국경 지역의 분위기는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외국인 눈으로 볼 때 이유없이 입출국 수속이 까다로운 곳은 대체로 과거에 영토 분쟁이 있었거나 국경 양편의 국력 차이가 큰 곳이다. 중미의 과테말라와 벨리즈, 코스타리카와 니카라과, 남미의 칠레와 페루,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간 국경 등이 그 예이다.

우루과이의 유적 도시인 콜로니아와 라플라타강 건너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오가는 여객선의 경우는 양국의 이민관이 탑승구에서 테이블을 나란히 하고 앉아 동시에 출입국 스탬프를 찍어주는 초간편 절차만 거치면 되는 반면에, 아르헨티나 북부 후후이에서 칠레의 아타카마로 넘어갈 땐 우선 안데스 정상 부근 아르헨티나 쪽에서 버스에서 내려 여권 검사, 짐 검사 다 받은 뒤 고원 지대를 2시간은 족히 달린 후에 칠레쪽 입국 사무소에서 같은 절차를 또 밟아야 한다. 중간 어디선가 분명히 국경을 넘었겠지만 여행객 입장에선 그게 어딘지 크게 알 필요는 없다. 칠레 북동부와 볼리비아 남서부에 걸쳐있는 우유니 소금사막도 그 경계선이 아주 모호하다. 보통 볼리비아쪽 우유니에서 커다란 지프에 캠핑 장비와 먹을거리를 싣고 떠나서 1박2일 정도로 소금 사막과 호수 탐방을 하고 칠레로 도착하는데, '저 푸른 초원'이 아닌 '저


[사진: 산이시드로 국경. 미국 샌디에이고와 중남미 최북단 도시인 티후아나를 잇는 국경. 1년내내 현지 주민과 관광객 출입이 빈번하여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국경으로 알려져있다. ]

[사진: 이과수 폭포.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경. 폭포를 폭넓게 볼 수 있는 이쪽은 브라질이고, 건너편 폭포는 아르헨티나령이다. ]

[사진: 우유니 소금사막. 해발 3천653m의 고지대에 위치하고 서울면적 10배 크기다. 행정구역상으로 볼리비아에 속하고 지프로 몇 시간 달려가면 칠레와 국경을 이룬다. 수백만년전 지각변동으로 솟아 올랐던 바다가 거대한 호수가 되었다가, 이후 건조한 기후로 인해 물은 증발하고 소금만 남았다고 한다. ]

[사진: 세계 유일한 형태의 국경도시 추이. 도로중 왼쪽 차로는 우루과이령이고, 오른쪽은 브라질령이다. 도시 이름도 두 나라가 함께 쓰고, 도로 관리도 공동으로 한다. 국경의 긴장감은 없고, 양쪽 주민들은 한 마을 사람처럼 지낸다. ]

[사진: 빙하. 고봉에 내린 눈이 쌓이고, 얼어붙었다가 계곡을 타고 조금씩 밀려내려와 호수로 떨어진다. 맨 앞에 보이는 얼음덩어리들은 300~400년전에 형성되어 내려온 것이다. 이쪽은 아르헨티나이고, 저 멀리 산 너머는 칠레 방향이다. ]

[사진: 칠레가는 길. 아르헨티나의 유명한 포도산지인 멘도사를 떠나, 국경을 지나 칠레의 산티아고로 넘어가는 길. 남미는 8월이 겨울이라, 이렇게 눈이 올 때가 종종 있다. ]


하얀 소금평원'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그야말로 백색 바다다. 콜롬비아의 최남단 아마존 유역인 레티시아시는 페루와 브라질의 아마존 지역과 맞닿아 있어 배로 3개국을 간단히 넘나들 수 있다. 이런 곳에선 국경이니 국력을 따질 이유도 필요도 없다. 오로지 아마존 밀림 속을 카누를 타고 원숭이와 놀며, 코코넛 야자액을 빨고 있으면 누구나 그냥 자연인이요 원시인이 되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와 칠레는 남쪽 방향으로도 여전히 안데스를 국경 삼아 바다 속 산맥을 거쳐 남극까지 이어진다. 당연히 바람은 세차지고, 기온은 떨어진다. 모든 것이 얼어붙어 있다. 오랜 세월 쌓인 눈과 얼음이 산꼭대기부터 기슭까지 빙하를 이루고 있어 신비함이 감돌며 감히 범접할 엄두가 안난다.

이와는 반대로 하루에도 차와 사람이 아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백 차례도 넘나들 수 있는 국경도 있다. 브라질과 우루과이간의 국경 도시 중 추이라는 곳이다. 이 도시의 한 복판을 지나는 도로가 그대로 국경선이다보니 두 나라가 다 추이라는 지명을 같이 쓰고 있고, 도로 관리도 공동으로 한단다. 잠은 우루과이에서 자고, 아침은 길 건너가 브라질식으로 먹고 숙소로 돌아와 양치질을 한다. 브라질쪽은 시장 선거철이라 유세장이 시끌벅적한데, 30m 떨어진 도로 이쪽은 식당만 붐빌 뿐 조용하다. 무슨 전파 관리 장치가 되어 있어, 우루과이 호텔엔 스페인어 방송만 나오고, 길건너 저쪽 호텔은 포르투갈어만 들린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형태의 국경이라 한다. 도시 자체야 볼 것이 없지만, 이런 색다른 경험은 한번 해볼 만하다. 언어학이나 사회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라면 말할 나위가 없다.

이과수 폭포가 있는 곳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경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래전 루스벨트 대통령 부인이 여기를 와보곤 "나이아가라 폭포가 너무 불쌍하다"고 했다던가? 크고 작은 폭포가 2~3㎞의 굴곡 절벽을 따라 200여개 줄기로 떨어지고 그 굉음과 물보라에 너무도 초라한 인간의 왜소함을 느낀다. 발아래와 하늘위 할 것 없이 사방에 떠있는 무지개가 또 다른 무지개를 이룬다. 이 폭포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걸쳐 있기에, 아르헨티나에 있는 폭포 전경은 브라질쪽에서 입장료 내고 들어가 봐야하는 이이러니를 겪기도 한다. 오래전엔 다리 건너 파라과이의 면세구역까지 포함해 세 나라를 비교적 손쉽게 왔다갔다 했으나, 근래 들어 출입국 통제가 한층 강화되어 인간미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중미와 남미를 잇는 파나마의 다린엔 정글은 숲과 늪이 발달하여 도로 건설을 제대로 할 수가 없어 알래스카에서 시작하여 남미끝 우슈아이아에서 끝나는 판아메리칸 하이웨이가 중간에서 끊기는 유일한 곳이다. 죽음을 각오한 도보 여행이 아닌 한 육로 여행은 불가능한 곳이다.

중미의 옛 마야 문화권과 남미 잉카제국의 영토엔 스페인 정복자들이 침범하여, 자기들 세력 싸움 끝에 같은 언어를 쓰며, 같은 풍습으로 살고있는 원주민의 터전에 국경을 그어놓아 서로 남이 되게 하였다.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 벨리즈, 과테말라, 온두라스로 이어지는 마야 루트는 그런 슬픈 역사적 배경으로 정치적으로는 동강이 나있는 셈이며, 안데스와 티티카카 호수 일대를 경계로 쪼개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는 같은 생김새에 같은 잉카의 후예임에도 역시 정치적인 이유와 영토 문제로 서로 친하지 못하다. 이런 지역을 거쳐 지나가는 나같은 이방인은 여행자의 설렘이 있기도 하지만, 아무런 이해 관계도 없는데 무언가 가슴 한 켠으로는 답답함과 허전함을 느끼기도 한다. (대구가톨릭대 국제실무외국어학부 교수)

#여행TIP

미국과는 달리 중남미 웬만한 나라는 시내버스건 시외버스건 대중 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고, 운행 빈도수도 높다. 저렴한 요금의 합승 시외 택시와 오토바이 택시도 연결되는 등 그야말로 거미줄 교통망이다. 장거리 고속버스는 180도로 누울 수 있는 침대석까지 있고, 항공기 수준의 서비스까지 해주니 시간과 경비 절약엔 그만이다. 한국인은 황열병 예방접종 증명서가 필요한 볼리비아를 빼곤 중남미 모든 나라에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


http://www.yeongnam.com/yeongnam/html/yeongnamdaily/plan/article.shtml?id=20090319.0102208023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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