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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여행과 먹거리 - 김 우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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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19-03-04 17:08 조회 4,14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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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의 다양성 중에 으뜸은 역시 음식이다. 똑같은 스페인 사람들이 쳐들어와 건설하고 같은 말을 쓰며 300년 이상을 지배한 곳인데 먹고 마시는 것은 나라마다 지역마다 그야말로 가지각색이다. 지리적 조건이나 기후가 천차만별이고, 자라는 동식물이 제각각이니 그럴 수 밖에.... 우선 주식부터 보자. 멕시코를 위시하여 마야 문화권이었던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같은 중미 지역은 옥수수가 으뜸이다. 한국에서 밥이 우선이듯이 이 지역은 옥수수가 그렇다. 거의 모든 상 차림에 만두피 같이 생긴 둥그런 tortilla(또르띠야)가 필수적이다. 이것을 그냥 먹거나 거기에 상추쌈 먹듯 무언가를 싸서 먹기도 한다. 주로 소, 돼지, 닭 등의 고기를 싸먹는데, 안심, 등심, 갈비살일 수도 있고, 소의 혀, 막창, 귀, 눈두덩일 수도 있다. 싸먹으면 그것을 taco(따꼬)라 한다.


한국의 김치가 지방에 따라 모양과 맛이 다르듯이 땅덩이가 큰 멕시코는 그 크기만큼 또르띠야 또한 여러가지다. 일반적으로는 우리의 만두피보다 약간 큰 정도이지만, 남부로 내려가면 손바닥보다 큰 것도 일반적이고, 두툼한 것도 있다. 미국에 인접한 북부에선 옥수수 반죽보다는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또르띠야를 더 많이 먹는다. 미국에서 흔히 보는 Taco Bell에서 파는 또르띠야도 주로 밀가루로 만든다 과테말라나 엘살바도르에서는 이 또르띠야를 둘둘 말아서 튀겨 먹는 일이 많다.


우리가 쌀로 별의별 것을 다 만들 듯 멕시코에선 옥수수로 만든 음식 또한 많다. 어느 음식점에 가건 기다리는 동안 반드시 제공되는 nacho(나초)는 영화간 매점에서 흔히 파는 그 옥수수 칩이다. 옥수수 가루 반죽을 그 넓은 잎에 싸서 찌면 tamal(따말)이고, 치즈를 넣은 또르띠야를 불판에 구우면 quesadilla (께사디야)이며, 여기에 여러 소스를 흥건히 얹으면 enchilada(엔칠라다)이다. 고추의 원조답게 멕시코에는 그 종류만 100가지가 넘는다 하니 매운 소스를 즐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떤 고추는 한때 유행했던 한국의 불타는 닭발집 소스보다 훨씬 더 맵다.


멕시코는 고추 나라이기도 하지만 덧붙여 선인장의 종류 또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나라인지라 술도 약도 선인장으로 만든 것이 많다. tequila(떼낄라)는 agabe(아가베)라는 선인장 뿌리를 삶아 그 즙을 이용해 만든 전통주이고, 이 선인장 줄기의 액을 직접 받아 발효시킨 술은 pulque(뿔께)라 해서 우리의 막걸리와 모양과 맛이 흡사하다. 한국에서도 많이 드는 건강식품인 aloe(알로에)도 멕시코산 선인장의 한 종류다.


쿠바나 도미니카 공화국 같은 카리브해 섬나라로 가면 congri(꽁그리)라 해서 우리의 팥밥 비슷한 밥(안남미처럼 굴러가는 쌀이 아니라 우리 입에 맛는다)을 먹는다. 대개 반찬으로 닭고기가 많이 등장하고 반드시라 할 만큼 바나나 튀김 조각을 곁들인다. 이 지역은 아열대 지방이라 사탕수수가 많이 나고, 그래서 술도 당연히 ron(럼주-캡틴 큐가 이것 아닌가?) 같은 것이 흔하다. 코스타리카와 파나마는 중미에 속하나 카리브해 지역의 성격도 강해서 쿠바 같은 '밥과 바나나' 문화권이다. 파나마 운하 건설 당시 데려온 중국인 인부들의 후손이 많이 살아 그런지 팥밥 이외에도 몇 가지의 쌀 요리가 있다. 한 집 건너 중국집이라 할 만큼 즐비한 중국 식당에선 우리와 같은 볶음밥을 쉽게 볼 수 있다.


브라질은 야채와 과일 등 농산물이 풍부한데다 천성적으로 공차고 춤추며 즐기는 기질이 있어 그런지 대국답게 음식 인심이 좋다. 어느 나라에 가던지 보통 호텔 제공 조식이라야 계란, 우유, 토스트, 햄, 과일 한 두 가지가 고작인데 브라질은 고급은 물론 중급호텔까지도 숙박료에 포함된 조식 부페의 양과 질은 세계 최고인 듯하다. 좀 짜긴 하지만 우리 입맛에 맛는 먹을 거리로는 콩과 돼지 허드렛 고기, 족발, 꼬리, 햄, 소세지, 야채 등을 섞어 끓여 만든 feizoada(페이조아다)가 있다. 원래 이것은 옛 식민지 시절 백인 주인들이 먹다 남긴 고기 찌꺼기를 모아 흑인 노예들이 끓여먹었던 일종의 꿀꿀이 죽이 진화해서 대중화된 것이란다. 의정부 미군 기지에서 유래했다는 부대고기 찌개의 발달사를 연상하면 될 것이다.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끝없이 목초지가 펼쳐진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칠레 같은 나라는 당연히 소고기가 주연이다. 두툼한 스테이크를 놓고 포도주를 곁들여 몇 시간이고 앉아 담소를 나누는 그런 레스토랑이 도처에 있다. 고기 정찬이라 할까 갖가지 소, 닭, 돼지 고기를 부위 별로 모아 세트로 제공되는 불판 요리 parrillada(빠리야다)는 우리의 한정식처럼 풀코스 손님 접대용으로 그만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그 양이 많아 도저히 나같은 배사장도 1인분의 반도 못먹는다. 왕십리 곱창을 좋아한다면 tripa(뜨리빠)를 주문하라. 한국의 3분의1 가격으로 즐겁게 먹을 수 있다. 선지피 들어간 순대인 morcilla(모르시야)와 소세지 한 토막을 곁들여서.... 고기 정찬이 양이나 가격면에서 부담스럽다면 돈까스, 비후까스와 비슷한 milanesa(밀라네사)를 주문해 먹으면 된다.


아르헨티나에서 한 가지 못참을 일은 도대체 이 나라의 식당에선 뜨거운 국물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뜨거운 것은 커피 아니면 차 종류이고, 스프라고 나온다 해도 크림 스프일 뿐, 메뉴에 아예 뜨거운 국물 그 존재가 없다. 일반 가정집에선 꽤 끓여 든다고들 하는데, 나같은 나그네가 이용하는 식당이나 시장같은 데선 무슨무슨 탕이라는 것이 없어 아주 환장할 지경이었다. 다른 나라에선 슈퍼에서 컵라면도 팔건만 이곳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대도시라도 중국집이 몇 개 없을 정도로 귀한데 그나마 부페식으로 운영하면서 그 흔한 계란국 같은 것도 없다. 그냥 콜라로 때울 수 밖에. 볶음밥 이외에 흰쌀밥은 샐러드 중의 하나로 그 맛은 특이해 한국 나그네의 고향 입맛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다.


이와 달리 이웃한 페루, 볼리비아, 에쿠아도르 같은 안데스 지역 국가에서는 계란탕, 야채스프, 치키 스프, 소머리뼈 국물, 내장탕, 생선 찌개 등 갖가지 뜨거운 국물이 널려있어 큰 애로가 없다. 게다가 이 지역에선 고구마 같은 yuca(유까)나 삶은 감자가 흔하고 그 맛 또한 우리 입에 낯설지가 않다. 일본이나 중국 사람들이 일찍부터 대거 이민해와 살아서 그런지 이젠 밥이 주식일 정도로 모든 식당에서 밥이 나오니 여기선 절대 환장할 일이 없었다. 거리마다 chifa(치파)라 불리는 fast food식 중국집이 널려있는데, 메뉴판을 보면 온통 '볶음밥 + 반찬 1가지+스프' 아니면 '볶음 국수+ 스프' 일색이다. 대체로 우리 입에 맞는다. 요리의 다양성 면에서 프랑스, 중국과 더불어 세계 3대국에 속하는 페루는 그야말로 맛기행의 천국이다.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보다 국토 면적이 작지만 해안 사막지대, 산기슭 목초지, 안데스 고산지대, 아마존 정글지대 등 지리적 여건이 다양해서 갖가지 음식 재료가 되는 동식물이 의 분포나 개체수가 더 앞서있기에 음식의 종류가 많은 것이다. 게다가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는 앞바다의 수산자원 역시 풍부하여 진기한 생선을 포함해 수많은 바다 식품을 맛볼 수 있다.


‘레몬에 절인 생선회’ 쯤 되는 페루의 국민 요리 cebiche(세비체)는 재료 및 지방별 요리법에 따라 그 종류가 다양해서 다 한번씩 맛보려면 비용 좀 들 것이다. 여긴엔 생선은 물론이고 새우가 자주 사용되고, 양파와 고추 같은 채소류가 샐러드처럼 혼합되어 제공된다. 페루의 대표적 술로서 중부 해안 지방인 ica(이까) 계곡에서 생산되는 희고 투명한 포도 브랜디에 레몬, 설탕, 계란 흰자를 섞어 만든 pisco sour(삐스꼬사와)가 반주로는 제격이고, 시골 농부들이 즐겨 마시는 낮은 도수의 옥수수 막걸리 chicha(치차)는 나그네의 피로를 풀어주는데 그만이다. 콜롭비아에선 우리의 소주와 비슷한 aguardiente(아구아르디엔떼)를 서민들이 즐겨 마시고, 커피의 나라답게 커피주가 발 발달되었다. 커피를 별로 안 좋아하는 나도 달작지근한 맛에 커피향이 묻어있는 이 커피주는 잘 마신다. 은광의 도시인 볼리비아의 Potosi에서만 파는 아구아르디엔떼는 중노동의 피로를 풀기위해 광부들이 마시는 술로 그 도수가 무려 99도라, 물 없이 그냥 잘못 들이켰다간 그야말로 입에 불이 나서 입천장을 델 정도이다.


<주의1> 삐스꼬사와는 약간 달작시큼한 맛이 부드러워 술술 잘 넘어가지만 그 바탕이 브랜디라 도수가 꽤 되니 주당이 아닌한 많이 마시지 않도록 한다.

<주의2> 멕시코나 페루, 볼리비아 같은 나라에선 노점에서 파는 음식은 가급적 피하기 바란다. 위장이 안 좋은 사람은 설사로 바로 연결된다. 소화기관이 튼튼한 나는 5개월 다니는 동안 길거리 음식을 자주 사먹었지만 중급 정도의 설사를 두 번 겪었다.

<주의3> 어느 나라를 가건 생수는 그 나라의 대표적 브랜드를 택하기 바란다. 어디서든 많이 보이는 상표가 믿을 만하다. water with gas를 의미하는 agua con gas를 사먹으면 위생면에선 가장 확실하다. 이 가스물은 뚜껑을 열자마자 가스가 분출되므로 그 분출 정도로 오래된 것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가스 때문에 계곡물이나 수돗물을 퍼다 속여 파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가스물은 또 소화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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